each and every,

[MOVIE]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결말, <소스코드>

재밌는 것/영화




[주의!! 아래 리뷰에는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카고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한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깨어난다. 그리고 맞은 편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당신의 말을 듣기로 했어요. 좋은 조언이었어요. 고마워요." 하지만 그는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션 펜트리스라는 교사가 아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콜터 스티븐스 대위. 그는 중동에서 작전을 수행중이던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리고 황망하게 주위를 살피던 중, 열차는 폭발하고 콜터 대위는 어떤 어둡고 추운 캡슐 안에서 다시 눈을 뜨는데.. 캡슐과 외부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작은 스크린을 통해 지시를 내리는 여성 오퍼레이터 굿윈 뿐. 그녀는 끔찍한 열차 폭발 사고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앞으로 6시간 후에는 시카고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콜터에게 주어진 임무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 열차의 상황으로 돌아가 '열차에 설치된 폭탄의 위치와 폭탄범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해석 가능한 결말에 SF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인셉션과 자주 비교가 되고 있는 소스코드. 그러나 나는, 복잡하긴 하지만 애초에 영화 내에서 구축된 설정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알기 쉬웠던 인셉션과는 달리 '고도의 양자역학' 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소스코드의 결말을 도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1) 다른 사람의 기억에 접속한다. 2)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는 이 두 가지 현상을 다중우주론 안에서 설명이 가능한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스코드'가 어떤 기술인지 알 필요가 있다.

'소스코드'를 만든 러틀리지 박사는 그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원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 사람은 죽은 후에도 죽기 전의 8분의 기억을 잠시 유지할 수 있다. 
-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에는 수많은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
- 따라서 우리는 션 펜트리스라는 인간이 아직 죽지않은 시공간으로 너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 

그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대충 '그것은 매우 고도의 양자역학이라..' 며 넘어갔지만, 이미 '기억'이라는 개념이 '평행우주'라는 개념과 합치되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인간의 기억은 이미 그 시점에서 경험한 고정된 현실에 대한 개인적 기록인데, (아무리 기억이 가변적이라고는 하나 외부적 암시나 왜곡 요소가 없는 이상 자동적으로 전혀 존재한 적 없는 사실에 대해 기억을 조작할 수는 없다.) 콜터가 션 펜트리스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콜터 자신의 행동에 의해 주위 환경과 인물들의 대응이 달라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단기 기억이 죽은 후에도 얼마간 유지된다는 설정이 사실이라면 이미 같은 우주 안에서 8분의 시간이 여러 번 지난 시점- 대충 한 시간 넘게 지났다고 치자- 라면 더이상 션 펜트리스의 기억에 접속할 수 없어야만 말이 된다. 어차피 이미 8분이라는 시간은 심리학에서는 장기 기억의 영역으로 다루거니와, 같은 우주 안에서 이전의 시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시간 여행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소스코드가 결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한다. 이 모든 팩트를 끼워맞추려면? 1) 소스코드 안은 누군가의 기억 속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가상세계이다. 2) 콜터는 굿윈 등의 조작에 의해 그 가상세계(소스코드) 안에서 그와 가장 상성이 잘 맞는 개체인 '션 펜트리스' 안으로 의식을 '전이', 혹은 오컬트식으로 말하면 '빙의' 할 수 있다. 3) '션 펜트리스'는 소스 코드 안에서 다른 세계의 인간의 의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종의 '샤먼'같은 매개체 역할만 수행한다- 고 본다면 대충 납득할 만한 설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마지막 결말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일단 위키백과에서 찾아본 다중 우주론의 핵심은 아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발생한 사건과 조건에 의해 갈래가 나뉘어 무한한 수의 평행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
② 평행한 다른 우주는 우리 우주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즉, 한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른 우주와 무관하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또다른 평행우주든 가상세계인 소스코드든 그 안에서의 사건이 현재 콜터가 소스코드에서의 사망 후 계속 되돌아오고 있는 우주(귀환우주)에는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마지막 장면과 그것이 암시하는 바를 한번 생각해 보자.

- 러틀리지 박사는 "오늘 아침에 열차 테러 미수가 있었다" 는 보고를 받고 있다.
     → 박사가 콜터를 소스코드로 보내 테러를 막은것이 아니다.
- 콜터를 소스코드로 다시 보내고, 생명 유지 장치를 멈춘 굿윈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했다. 
     → 굿윈은 콜터를 소스 코드로 다시 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막 출근했기 때문에, 그 열차 안의 상황으로 콜터를 보낸 적도 없다고 볼 수 있다.  
- 굿윈에게 콜터의 문자가 도착한다.
     → 영화초반부에 러틀리지 박사는 '소스 코드 안에서 전화를 걸면,그 안의 또 다른 러틀리지 박사가 전화를 받을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의 결말에서 굿윈이 문자를 받은 세계와 콜터가 문자를 보낸 세계는 동일하다는 말이 된다.

갑자기 닥친 어리둥절한 이 상황이 대체 왜 발생했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소스코드는 러틀리지 박사가 생각한 것처럼 고정된 데이터화된 세계가 아니라, 관찰자(콜터)가 의지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또 다른 평행우주에 더 가깝다. 그래서 관찰자가 현실에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개그맨에게 내기를 건다던지, 크리스티나를 구한다던지..) 그 시점에서 콜터가 있는 우주에서는 또 다른 평행우주가 많은 갈래로 계속 펼쳐지게 된다. 귀환 우주(소스코드에서의 죽음 후 콜터가 돌아가는 우주)에서 파견 우주 (테러가 일어나기 8분전의 우주)는 항상 시점만 동일할 뿐, 콜터가 도착하는 순간 다른 평행 우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귀환 우주에서의 콜터의 미션을 생각해보자. 때는 이미 열차 테러는 일어나고 6시간 후로 예고된 시카고의 방사능 테러를 막아야 하는 시점. 콜터의 미션은 열차로 돌아가 폭발물의 위치와 폭파범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견 우주에서 콜터는 열차 테러를 '막았다.' 따라서 콜터가 열차 테러를 막은 시점에서 열차 테러가 이미 일어났었던 귀환 우주는 소멸하고, 파견 우주를 비롯한 그 외의 평행 우주만 남는다. 귀환 우주에서의 굿윈도 사라진다. 그러므로 마지막 결말은, '션 펜트리스'라는 교사가 열차 테러를 막고 경찰에 신고해서 폭파범을 체포하고 크리스티나와 공원의 조형물을 보러간 파견 우주에 존재하는 굿윈이 문자를 받은 상황을 관객에게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해도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 파견 우주에서, 보고를 받은 러틀리지 박사는 왜 다른 부하에게 "그녀를 잘 감시해"라고 했는가.
    (굿윈이 명령을 어긴 사실을 알고 있다?)
▷ 콜터가 두 개의 우주를 넘나들 때마다 보이는 공원의 조형물과 크리스티나의 모습은 무슨 의미인가.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션 펜트리스의 의식은 어디로 갔는가.
    (다른 우주의 존재가 또 다른 우주의 존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외에도 전공자도 아닌 (단순한 SF 애호가;) 인 내가 생각한 위의 미흡한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더 있을법 하지만,
일단 설정 자체가 영화에서 그리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부분이 아니니 넘어가기로 하고.
개인적인 의문만 제외하고 아무 생각없이 보면 제법 재밌게 즐길 수 있을만한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OOK]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by 더글러스 애덤스

서재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더글러스 애덤스저 | 공보경역 | 2010.02.01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끝없이 쏟아지는 블랙 유머와 통통 튀는 재치를 사랑하셨던 분이라면,
바로 이 책,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을 체크해 두셔도 좋을 듯 합니다.
비록 포드 프리펙트나 자포드 비블브락스같이 매력적인 인물들이 재출연하는 시리즈 물은 아니지만
정신 산만하고 시끄럽고 세간의 상식을 은하수 저 너머로 날려버린것처럼 어이없기로는 <은하수를 ~> 에 버금가는
전체론적 탐정, 더크 젠틀리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자신은 다소 게으르고 무능력한 것 외에는 별로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비상식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은 가만히 있어도 사건을 불러오는 악몽의 원인이라 이거죠, 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은 절대로 ! 필요하지 않지만 (북유럽 신의 계보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을지도 모르지만,그건 작품 이해보다는 개인의 지식 습득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왜?" 라던가 "어째서?" 라던가 "말도 안돼!" 라는 대사를 외치지 않을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면에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이 책을 가득 채운 기상천외한 인물들 때문에 첫 장부터 머리를 싸쥐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

우선은 정말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북유럽의 신, 토르를 찾아나선 케이트 셰터가 있습니다.
피자배달이 안되는 영국생활에 대해 심한 불만을 갖고 있는데다 가끔은 그 불만을 이용하여 피자가게 점원과 거친 통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는 케이트는 딱 그 점만 빼면 평범한 일반 시민입니다. 단, 어디까지나 공항에서 몸집 큰 금발의 외국인(=토르)를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이지만 말입니다.
그럼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용맹한 북유럽의 신,  철퇴 '묠니르'를 휘둘러 그의 적을 모두 쓰러뜨린다는 신 토르는 어떤가 하면
속죄를 위한 고행으로 웨일스에 있는 돌들을 모두 세다가 중간에 어디까지 세었는지를 까먹고 마는 비운의 인물입니다 ;
그래도 그의 아버지 오딘이 자신이 가진 불사의 영혼을 인간 변호사와 광고업자에게 팔아버렸다는 사실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려는 -
문제의식을 가진 유일한 신이기도 합니다.

그럼 모든 만물의 아버지이자 최고신인 오딘은 왜, 자신의 영혼을 팔아야만 했을까요?
그가 영혼을 팔아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오딘의 힘을 얻게 된 의뢰인의 요청으로 사건에 뛰어들었으나, 바로 그 의뢰인이 자택에서 살해당함으로써  비논리와 몰상식의 롤러코스터에 진입하는 이 이야기는, 결국 위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입니다.
그 답을 알고나면, 글쎄요, 피식 터지는 실소와 함께 이제는 더이상 전능하지 않은 존재, 잊혀진, 버려진 존재에 대한 연민이 피어나긴 하지만 말입니다.

"너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널 찾아온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 보려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느냐?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아느냐? 우린 숨어서 살고 있지 않다. 바로 여기 살고 있다. 너희들 틈에 끼어서 돌아다닌다. 나의 백성들, 즉 너희의 신들 모두. 너희는 우리는 탄생시켰다. 그래놓고는 우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이 세상, 너희들이 우릴 배제하고 만들어놓은 이 세상의 거리를 걷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나를 제대로 쳐다보려 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 투구를 쓰고 있을 때 말인가요?"
"내가 이 투구를 쓰고 있을 때 더더욱 안 쳐다본단 말이다!"


더크 젠틀리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탐정씨는 사건 해결에서의 활약보다는 내내 코가 부러진 상태로 다니는 것이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사실,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저는 그 안하무인의 성격에 민폐덩어리같은 행동은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어요 ;  하지만 그런 더크 젠틀리의 입을 빌려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들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보여주었던 잔뜩 꼬인 풍자와 개그를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OOK]나폴리 특급 살인 by 랜달 개릿

서재
나폴리 특급 살인 - 8점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궁정추리소설' 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이 랜달 개릿의 '나폴리 특급열차'가 그 전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강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우아하고 절도있는 태도로 임합니다.
기사도-맹세-충성-신뢰- 이런 덕목이 빛을 발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배경은 사이언스 픽션이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작품 뒤의 해설에는 이 시리즈가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와 추리소설을 결합한 마법탐정물의 효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작품의 인물들이 평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핸섬한 얼굴에 영국인같은 용모'를 가진 귀족 탐정 다아시경을 비롯,
그의 동료인 숀 오 로클란이나 노르망디 대공 등 주요 등장 인물들은 고귀한 태생으로
용기와 절제,겸손이라는 덕목을 그대로 체화시킨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상스러운 말이 입에서 나와야할 때 조차 그것을 우아하게 전달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매력은 그야말로 '왕자님 같은''현자같은' 그런 정도의 감동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내뿜는, 독자를 흡인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요소는 바로 이 작품이 대체역사를 가정하여 씌어졌고, 이 세계에서는 고도로 발달한 마법이 과학을 대신한다는 점입니다,
식품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보존마법이라던가,철통같은 보안을 위한 보안마법 등
생활 속에서도 마법은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설명하기 좋아하는 마스터 숀 오 로클란이 늘어놓는 마법의 법칙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접촉 감응의 법칙' 입니다.

"실은 이번 실험에 필요한 주문들은 상당히 간단합니다,각하.<접촉 감응의 법칙>에 의하면 어떤 구조물의 일부는 계속 그 구조물의 일부로 남습니다.따라서 어떤 물체가 있으면,그것이 마지막으로 전체의 일부였던 상태로 되돌릴수 있습니다.필요하다면 완전히 원래 상태로 되돌릴수도 있지만,각하께서는 금이 간 직후의 상태,그것도 완전히 박살이 나기 직전의 시점을 원하신다고 하셨지요."


이런식으로, 현대로 따지자면 CSI에 버금가는 과학수사를 혼자하는 (!!) 노르망디 대공전하의 주임 법정 마술사 마스터 숀 오 로클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귀족 미남탐정 다아시 경의 에피소드가 주 내용입니다.
사실 이 <나폴리 특급살인>은 <셰르부르의 저주><마술사가 너무 많다>를 잇는 시리즈의 제 3권이기 때문에
소설의 모든 배경이 상세히 설명된 앞 권을 읽지 않으면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허나,캐릭터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흥미로운 설정과 소녀의 마음을 자극하는 중세 영국 궁정의 로망이 어우러져
배경 지식과는 관계없이 추리-판타지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올레!!!"를 외칠만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OOK] 노인의 전쟁 Old man's War by 존 스칼지

서재
노인의 전쟁 - 10점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샘터사



멀지도,가까울지도 모르는 지구의 어느 날엔가에는
일흔 다섯에, 사망 신고서에 서명해야만 갈 수 있는 군대가 있습니다.
우주 개척 방위군(Colonial Defense Forces), 통칭 CDF.
최대 10년 간의 시간을 지구 밖에서 근무하게 될 일흔 다섯의 노인들에게
'우주개척 방위군에서 전투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어떤 내과적,외과적,치료적인 계획이나 절차에도 동의한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라는 조항에 서명하도록 하는 군대.
일흔 다섯살에 함께 입대하기로 했던 아내의  죽음으로
일흔 다섯 번째 생일 날, 입대를 위한 모든 서류에 서명을 한 카피라이터 존 페리는
마침내 우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모종의 '내과적/외과적/치료적 계획과 절차'를 통해
썡썡한 팔 다리에 새끈한 외모를 가진, 초인적인 병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하는 겁니다!!

저는 이 작품, 「노인의 전쟁」을 단 한마디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잘~ 빠진 SF!!!'

두꺼운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존 스칼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매력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설정과,
하지만 누구나 꿈꾸었던 죽음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이토록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좀 삐딱하게 단점을 찾아본다면 '아주 미국적인' SF멜로 라는 것이 되겠지만,
저는 항상 생각합니다.
'재미'를 위해 쓴 작품은, '재미'가 있으면 된다고.
누군가의 멋진 상상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 새로운 세계를 반가워 하지 않을까 싶네요.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S라인의 SF,
한번 경험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OOK] 신들의 전쟁 by 닐 게이먼

서재

신들의 전쟁 (상) - 8점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황금가지

신들의 전쟁 (하) - 8점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황금가지




폭행 사건으로 감옥에서 3년 동안 복역하던 섀도는 가석방을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랑하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것. 아내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을 웬즈데이라고 소개한 낯선 노인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한다.

아내가 없는 세상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던 섀도는 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이내 자신이 초인간적인 거대한 사건에 연관되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을 놓고 벌어지는 거대한 분쟁이자, 고대 신화속에서나 목격할 수 있던 신들의 전쟁이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후회없는 선택이 되는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 시리즈 26권,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입니다.
예전에 '멋진징조들'을 읽으면서 태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이 각각 어떤 부분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했는데,
각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니 알 것 같아요.
자유롭고 유쾌한 풍자가 태리 프래쳇의 몫이었다면, 유연하면서도 친근한 상상은 아마도 닐 게이먼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오딘,로키,토르..처럼 각종 환타지에서 친숙한 북구신화의 신들로부터,서아프리카의 아낭시,이슬람교의 아프리트,이집트의 바스트..까지 다소 낯선 이름을 가진 신까지 무대에 등장시키는 장대한 스타일의 소설이지만,
신화나 신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읽어도 충분히 스릴 넘치는 하드보일드 소설만큼의 재미는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주석을 꼼꼼히 살펴가면서 읽는 다면 잊혀진 신들의 슬픔과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에 한층 더 깊이 감정이입할 수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한때 생활의 모든 것이었던 신,그러나 이제는 사라져가는 신과 신에 대한 믿음.
그래서-이민자들을 따라 신대륙 아메리카에 온 신들은-
그 강대했던 힘과 능력을 잃고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갑니다.
이집트 죽음의 신, 아이비스는 200년 째 장의사 노릇을 하고 있고, 불의 요정 아프리트는 택시 운전사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그런 형편이지요.그리고 호루스,불쌍한 호루스는 이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렸답니다.
이렇게까지 고대 신들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사람들이 새로운 신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돌, 그리고 나무, 철, 도시, 이제는 TV에 네트워크까지. 자신들의 창조물에 대한 인간의 강력한 믿음은 이들을 새로운 신으로 만듭니다.그래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북방만신전의 제일신이자 모든 신들의 아버지, 오딘은 이 새로운 신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다시한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미국 곳곳에서 여러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고대신들의 힘을 모으려 합니다.이를 위해 그는 '미스터 웬즈데이'라는 이름으로 섀도를 고용하게 되는 거죠.

'미스터 웬즈데이'와 '미스터 낸시'를 비롯하여 과거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고대신들과, 이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신들만의 세상을 꿈꾸는 '미스터 월드','미스터 타운', '미스터 우드','미스터 스톤'.작가는 현명하게도, 이들 각각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느라 페이지를 낭비하는 대신 은밀한 암시와 주석만으로 독자가 눈치챌 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너무 어렵지 않아?'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매혹적인 상상을 즐기세요!!
멀게만 느껴졌던 고대의 신전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까요.
휴고 상,네뷸러 상,브람스토커 상 등 장르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상들을 모두 휩쓸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BOOK] 솔라리스 Solaris by 스타니스와프 렘

서재
솔라리스 (반양장) - 10점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이부록 그림/오멜라스(웅진)


행성 솔라리스 전체를 에워싼 원형질의 생각하는 바다. 그곳은 인류의 거듭된 접촉 시도에도 불구하고 130년이 지나도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때 융성했던 솔라리스학(學)도 지금은 쇠퇴기를 맞이한 가운데 심리학자 크리스 켈빈은 솔라리스 상공에 떠 있는 연구 스테이션으로 부임해 온다.

솔라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켈빈은 동료이자 선배 학자인 기바리안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지만. 그보다 남은 두 연구원이 그를 대할 때 보이는 불가해한 행동이 훨씬 당혹스럽다. 곧 켈빈은 오래전에 자살한 아내 레야를 빼닮은 방문자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이제 그는 기억 속에 존재하는 레야의 완벽한 복제처럼 보이는 그녀 앞에서 엄청난 감정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드는데...

-인터넷 서점 알라딘 책 소개 中




"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창조주인 인간 자신의 소박함에서 미롯된 불완전함을 지닌 신이 아냐.
그게 아니라, 불완전함 자체가 그 본질적 특성의 일부인 신을 말하는 거야.
그 전지전능함에도 한계가 있고,오류를 범하는 일도 있으며,자신의 행위가 일으킬 결과를 예측할 능력이 없는, 소름 끼치는 것을 창조해재는 신 말이지.
그건...병든 신,제 야망에 제 능력을 웃돈다는 사실을 처음에 깨닫지 못했던 신이네.
그 신은 시계를 창조해 냈지만, 그걸로 잴 시간은 만들지 않았어.
개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체계나 장치를 만들었지만, 그 목적 자체를 초월하고 배신해 버렸던 거야.
그 신은 무한을 창조했지만,자신의 능력의 척도여야 할 무한이 결국은 그 자신의 끝없는 패배를 가능하게 하는 척도가 되어버렸던 거지."

-솔라리스 中-


사실, 이 '솔라리스'는 전에도 몇 번 읽었던 책입니다만..
도저히, 아무리 읽어도, 감상평을 뭐라고 써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주인공 격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 켈빈이 겪는 기이한 상황과 심리상태를 주욱 따라가다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나면, 이 작품을 제 자신이 갖고 있는 'SF'라는 장르 소설 중 한편으로 한정하기에는 뭔가 아쉽기만 합니다.
'관찰한다'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자극이 되고, 관찰자의 잊혀진 과거를 끄집어내어 실체화하는 솔라리스의 바다.
이 바다는 살아있는가?죽어있는가?
혹은 바다가 일으키는 이 모든 현상에 의도가 있는가?없는가?
이 신비한 바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모든 담론들에 현 지식 사회를 통렬하게 비꼬는 풍자를 교묘하게 버무리면서,SF의 오래된 주제-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기억'인가 '실체'인가-를 진지하게 통찰하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철학적 사유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책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한번쯤은 생각했지만 잊어버리고 있던 무거운 주제들-존재,종교,과학,신념-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다시 한번 억지로 곱씹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줄 뿐이지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답이 없는 질문에 머리를 싸맸고, 읽고 난 지금도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명성 이상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한번 천천히 읽고 싶은 책.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