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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2012 !! Happy new year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를 잔뜩 받아놓곤
이제야 슬그머니 인사말을 끄집어 내는 것이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새해니까, 다시 용기를 내 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행복이 가득가득 하시길 빕니다 :-)
비록 평범한 이 인사보다 더 좋은 말은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부디 마음과 함께 일상의 이 순간에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더하는 새해 인사가 되길 바라며 - !!
Elyu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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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lla★
2012/01/24 10:0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침에도 남극의 눈물 봤는데 펭귄 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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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중요한 건, 기적을 바라는 그 마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영화를 보면서 기묘하게도, Arthur C. Clarke의 말이 떠올랐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였던가.
하지만 구분하기도 어려울만큼 비슷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도 어른과 아이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어른들은 마법같은 사건이 과학 기술의 성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어난 것일거라고.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마법일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신이나 자연의 특별한 존재가 전능한 힘으로 이뤄낸 일이라고 말이다.
이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 은 아직 마법같은 기적을 믿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각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살게된 형제, 코이치와 류노스케.
엄마와 함께 외가에서 살게 된 코이치는 어느날 반 친구들이 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새로 생기는 고속 전철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소원을 빌면, 반드시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네 식구가 다시 함께 살 수 있는 기적을 꿈꾸는 코이치는 친구들과 함께 전철을 보러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영화 속 아이들의 소원은 정말이지 어린애다운 것도 있고, 나름대로 가슴 아픈 것도 있어서
보는 내내 약간의 저릿함이 느껴졌다.
가면라이더가 되게 해 주세요.
마블이 살아나게 해주세요.
그림을 잘 그리게 해주세요.
같은 반 친구를 이기게 해주세요.
어른들은 이미 저 소원이 이뤄질 수 있는 건지, 혹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대부분 알고있다.
혹은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어른들이 알고 있는 답은 적어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쿠마모토까지 열차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러
먼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차를 타고 집을 떠난다.
현실에서는 기차가 서로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본다고 해서 죽은 개가 되살아나는 일 따위는 일어날리가 없지만,
전혀 인과 관계가 없는 두 사건이 어떻게든 연관이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온 마음을 다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내가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일도 이루어지리라고 굳게 믿는 점이 너무나 아이들다워서 웃음이 나는 한편,
그렇게 올곧게 바라고 있는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은연중에 확신하는 나 자신에 조금 씁슬하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나 자신도 아주 어릴 땐,
매일 하느님께 기도를 하면 언젠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생길줄 알았는데 말이다.
영화는 집에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기적이 일어났을까?
사실 그런 의문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장 큰 기적은,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조금쯤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거나,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소원 대신 할 수 있는 일부터 찾는다거나.
기적을 바라던 그 순간에 진심으로 마음에 떠오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린다거나.
아마도 그런- 생각이나 가치관의 변화와 성숙이
이제부터 아이들의 삶을 찬란하게 꽃피워줄, 가장 아름다운 기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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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미디어의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 <블랙 미러 Black Mirror>
화제의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Black Mirror>
블랙 미러는 컴퓨터나 휴대폰과 같은 전자 기기의 전원을 끈 후에 나타나는 검은 화면을 뜻한다고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기계가 사용자의 본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제목대로, 이 드라마는 미디어가, 그리고 미디어를 보는 대중이 미디어에 비춰지는 개인에게 어떤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충격적인 소재와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블랙 미러의 첫번째 에피소드.
새벽에 급한 연락을 받고 잠옷바람으로 달려온 수상은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주의 비디오와 마주한다.
사실 공주는 새벽에 괴한에 의해 납치당한 상태로,괴한의 요구를 알리는 비디오가 수상 앞으로 날아온 것.
겁에 질린 공주는 덜덜 떨면서 납치범의 요구를 말하는데..그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
즉 수상이 돼지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공중파로 생방송 중계한다면 공주를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납치범이 이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렸다는 것이다.
수상이 이 사실을 알게되어 방송 통제를 지시한 순간 이미 영상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진 상태였고,
영상을 본 모든 사람들이 수상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흥미진진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공주가 위험에 처한걸 알게되자 여론은 점점 수상에게 불리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1년 후..
그 사건 이후, 수상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가장 상처를 입었을 부인과도 잘 지내고 있는것 처럼 보인다.
비록 실상은 그들 부부만 알고 있는 것이지만.
소재의 기괴함만 떼어놓고 보면, <블랙 미러>는 미디어와 대중이 관전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을 카메라가 비추는 대상에 휘두르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집요하게 파헤친 수많은 사건들이 이미 많은 희생자를 낳지 않았나.
굳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마무리한 케이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든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보면서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정보를 고민없이 '흡수'하고,여과없이 '전달' 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손에 쥔 정보가 정확한 진실인지, 현실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다만 그 정보가 자신의 유흥거리로 삼기에 적절한 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자신은 카메라 밖에서 안전한 이름 없는 대중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산산조각 나는, 영원히 돌이킬수 없는 비극이 벌어지는데 말이다.
미디어가 불러올 또 다른 비극을 피하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오늘도 액정화면을 가득 메운 셀수 없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 것인지, 만약 믿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에 기초한 믿음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스스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으며, 그로 인한 결과를 기억하는 것. 이것이 수많은 군중의 가벼운 여흥이 빚어낼 무서운 참극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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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문제는 사랑, 사랑?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
20대 후반, 정도 나이의 여성을 다룬 컨텐츠로는 2011년에 처음으로 본 듯한 드라마,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
예전에 서플리를 볼 때만큼의 절실함과 우울은 없었지만,
그맘 때의 '연애'를 가벼운 터치로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내게 딱 맞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사키, 마코, 그리고 후지이. 나이로는 후지이가 가장 연상이다.
사실은 출판사에 취업하고 싶어하면서 돈을 모으기 위해 클럽에서 일하는 아가씨, 사키.
여기저기서 많이 본 배우인데, 정말 동양적으로 예쁜 외모다!!
근데 그래서 그런지 해피한 여주인공 역할로는 잘 안나오는 듯.
묘하게 호러나 어두운 분위기의 사회파 드라마..같은데 자주 등장한다.
일단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 에서는,
여러 남자와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맞추며 만나고는 있지만 실은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하는,
누구보다 외로움 타는 주제에 강한 척 하는 아가씨로 나온다.
마코는 가장 순진무구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처녀라는 사실로 무지-하게 고민하고,
마음이 있는 선배에게 매일 도시락을 갖다주려 하는 순정파.
건전하고 성실한 연애를 원하지만,
어떻게 걸리는 인연은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
그래서 첫 애인에게 혹독한 꼴을 당하기도 하고.
몇년인가 전에 가장 친한 친구인 유우와 사귀다 2주만에 차인 과거를 가진 후지이.
그 후로 연애는 귀찮다며 회피해오고 있지만, 유학갔던 유우가 다시 회사 동료로 돌아오면서 흔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이입하기 쉬웠던 캐릭터.
드라마는 주로 이 세 사람의 사랑과 일-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몇 년정도의 텀은 있겠지만,
딱 이맘 때의 여자가 할만한 고민을 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꽤나 공감했다.
뭐랄까, 직장에서 나름대로 인정은 받고 있지만 과연 이 직장에서 이대로 괜찮은걸까, 하고 고민할 때도 있고.
사랑하고 싶다,사랑에 빠지고 싶다,가 아니라 연애해야 되는데!!하고 연애가 일종의 일이나 의무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영원히 나만을 사랑하겠다는 이 남자를, 이 남자의 말을 그냥 덥석 믿어도 되는 건가,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고.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마음이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고.
반대로 이 사람을 사랑해선 안되는데, 하고 다짐할수록
자꾸만 그를, 그의 얼굴을, 그의 손짓 하나 하나에 마음이 끌려서 괴로운 시간도 있고.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 보았을법한 그런 시간을 후지이, 마코, 사키를 통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맞닥뜨렸을 당시와 지금의 감정을 비교해 보는 것도.
미팅이나 소개팅은 몇 번인가 해봤지만 전혀! 익숙해 지질 않는다.
익숙해지면 그것도 나름대로 슬플 것 같지만.
그만큼 더 허전함을 느끼는 중.
하긴, 그저 허울 뿐인 만남을 지속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다.
그래서 자신을 신사적으로, 인간적으로 대해준 타쿠미에게 더 매력을 느낀 건지도 모른다.
그는 적어도 예쁜 여자,가 아니라- 사키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즐겁게 생각했으니까.
불륜일지도 모르지만.. 낯선 타인이 자신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신비로운 체험이고, 그게 연애의 장점이니까.
사실 이 드라마는, 제목과는 달리 많은 연애 지침서처럼 '네가 연애 못하는 이유는 이거야!'하고 콕 찝어서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이제 겨우 스페셜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20대의 여성들에게,
정말 연애를 하기만 하면 돼? 네 문제가 연애 밖에 없어? 하고 묻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드라마의 마지막에 와서야 제대로 사랑의 조짐같은걸 보이기 시작한 사람은 이중 딱 한명 뿐이니,
<내가 연애 못하는 이유>는 그냥 연애가 어려워서..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이 처음보다 한층 더 밝아보이는 건,
적어도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기쁨과 자신이 연애에서 무엇을 구하는지를 깨달았다는 것, 그 두가지 때문이 아닐까.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최근 몇년인가 계속 해오던 생각을 정리하고 조금은 개운해진 것 같다.
뭐랄까.. 나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은 많이 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나 자신의 태생적인 결핍, 공허감과 같은 것이
연애를 하기만 하면 전부 사라질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그런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당신의 사랑이 모자라기 때문 아니냐고, 불안해하면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 자신의 결핍은 나만이 채울 수 있는 것이었기에, 상대방이 그 누구라도 나의 수호천사는 될수 없는 것이었다.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하게 아파하는 또래 였을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다만 함께 있었기에 아파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거나, 덜 불행할 수는 있었지만.
그리고 아주 가끔은, 혼자였다면 결코 가질수 없을만큼의 행복감을 만끽할 수는 있었지만,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는 없는 거였다.
같은, 인간이니까.
하루키는 어떤 결혼식의 축전에서 이렇게 썼다.
나도 한번 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 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라고.
그러니까 연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좋을 때는 아주 좋은 것.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예쁜 드레스나 가방을 선물받고, 최상급 요리를 제공하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그런 것도 멋지지만.
새해 첫날을 맞이하기 하루 전날, 어찌됐든 분위기를 내볼까, 하고 이러저리 돌아다니다
결국 지쳐서 허름한 골목에 있는 이름도 모를 심야식당 같은 가게에 들어가 소박한 요리를 곁들인 맥주를 한 잔 주문하는 거다.
가게에선 오래된 재즈 같은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게 또 의외로 마음에 들고.
으음 뭐랄까, 생각했던 것 같은 반짝반짝하고 멋진 연말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잖아. 아니, 의외로 꽤 괜찮은걸- 하고는 마주보고 웃는, 그런 느낌.
내겐 그런 느낌이 '아주 좋은'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조금은 두근대는, 1월의 첫날을 맞이하며.
내가 연애할 수 없는 이유 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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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E] 그래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돼지의 왕>
*주의* 아래의 내용은 본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학교가 힘들다고는 해도 사실 그렇게 못견딜만한 데는 아니거든요.자기가 밤새서 공부를 하든 돈내고 과외를 받든해서 수업을 따라가면 학점이 그렇게 안나오지는 않았을텐데, 자기가 그걸 못한거죠. 안했거나. 죽은 건 불쌍하긴 한데, 어떻게보면 자업자득인것 같아요."
묘하게도, 등장인물이 중학생 밖에 없는 이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을 보면서, 나는 한 대학생의 말을 떠올렸다.
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 대학 학생의 죽음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결국 약한 건 자기 잘못이고, 나쁜 건 시스템이 아니라 적응하거나 이겨내지 못하는 개인이라는 것.
<돼지의 왕>이 보여주는 모든 비극은, 어쩌면 그런 태도에서부터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 종석과 경민은 '선도'라는 이름으로 억압과 착취가 행해지는 교실에서 권력 위계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존재였다. 교실의 '관리자'이자 '착취자' 두 명은 툭하면 종석과 경민에게 시비를 걸거나 괴롭혔고, 무언가를 빼앗거나 잔인하게 놀림감으로 만들곤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었다. 종석이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그런 모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분노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취자들 앞에서 웃는 척 하며 얼버무리는 친구 경민과, 뻔히 보이는 그 광경을 못 본체 하거나 약하게 동조하는 반 아이들의 태도였다. 철이의 말에 의하면, 그 들은 '돼지'였다. 어차피 착취자인 개들에게 잡아먹힐 것을 모른 채, 그저 탐욕스럽게 먹이를 받아먹고 살을 찌우는 돼지 말이다. 개들이 주는 먹이는 돼지가 아니라 개들 자신을 위한 것인데 말이다. "돼지로 살고 싶지 않다면, 악해지는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철이는 착취자들의 그것과는 성질이 다른,피비린내 날 정도로 날이 선 폭력으로 지금까지의 권력 구조에 혁명을 일으키고, 돼지의 왕이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괴물이 되려던 그는 마지막 순간에 결국 실패하고 만다. 승리는, 어른들의 권력을 그대로 이어 받은 개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종석과 경민은 영원한 돼지로 남았다. ...지금까지도.
누구였더라. 그런 말이 생각난다.
서슬퍼런 폭력보다도, 부당함에서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게 하는게 더 나쁜 형태의 폭력이라고.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감추고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잔혹한 현실을 얼버무리거나, 아니면 애초에 그런 병폐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하게 만드는 것. 눈 앞에 보이는 권력 앞에 스스로 굴복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모멸감. 그런 감정들에 익숙해지면 인간은, 그렇다. 돼지가 된다. 자신의 살이 뜯어 먹힐 줄도 모르고 개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돼지의 왕>은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당신이 안온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혹시 '돼지'로서의 삶은 아니었는지.
무언가가 '바뀌어야'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철이가 뛰어내린 그날, 사실 준석은 아무도 모르게 왕이 되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지금도 그는 자서전을 대필하는 일로 근근히 살아가면서, 출판사 사장에게 모욕을 당하고도 참는다.
돼지의 왕도 역시 돼지일 뿐, 준석은 여전히 지배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혁명은 없었다.
경민이 죽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는 오늘과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거다.
그래서 준석은 땅에 엎드린 채 울부짖는다. 너무, 무섭다고.
그것은 어쩌면 그와 비슷한 하루를 또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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