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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투명한 색채로 물든 삶의 궤적,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by 무라카미 하루키

서재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민음사

 

 

나는 어쩌면 영원히 가짜에 머물지도 몰라,라는 초조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사실 나는 꽤나 여러번 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는 무엇인지,

다들 착착 자기 자리를 알아서 찾아가는데, 나는 왜 아직도 헤매고 있는건지 항상 고민하고 불안해 했다.

몇년이고 노력해서 겨우 손에 닿을락 말락한 지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 겨우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는 누군가를 볼 때면 더욱.

나는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결국 누군가의 대체품이나 모조품으로만 기능하다가

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허무함이 밀려온다.

 

어쩌면, 네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다자키 쓰쿠루가 느낀 감정도 그와 비슷할 지도 모른다.

성에 색깔이 들어가 있지 않다, 는 것은 언뜻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묘하게도 그와 나머지 네 사람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만일 내게도 색깔이 있는 이름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수도 없이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랬더라면 모든 것이 완벽했을 텐데, 하고.

 

쓰쿠루는 가끔 자신이 왜 이 친구들 그룹에 속하게 되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진정 내가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존재일까? 오히려 내가 없으면 나머지 네 친구는 더 자유롭고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다들 아직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뿐이 아닐까? 그걸 깨닫는 건 시간 문제 아닐까? 생각할 수록 쓰쿠루는 혼란스러웠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이란 마치 단위가 없는 물질을 계량하는 것과 같았다. 저울의 바늘이 지잉 소리를 내며 딱 한군데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렇다. 다자키 쓰쿠루가 그렇게나 늦게 순례를 떠나게 된 것은 마음 한 구석에 자신은 그 그룹과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유도 모르고 내쳐져 죽을만큼 괴로워하면서도 왜? 냐고는 묻지 못했던 것이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당연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자키 쓰쿠루의 순례는 치유인 동시에 저항이자, 독립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처벌에 대해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것은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객체로 마주선 다음에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순례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난 후에야 그는 한 그룹에 속하고 싶었던, 그러나 속하지 못했던 미숙아가 아니라 역을 좋아하고 반듯하며 어머니 팬이 많았던 다자키 쓰쿠루로서 그들을 마주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사는 방식은 아마도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텅 빈 그릇 같은 것.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질박한 멋이 있는 그릇.

건물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오고 나가는 열차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역.

색채가 없어도-색채가 없기에 오히려, 어떤 색이든 돋보이게 해주는 마법.

 

인생의 목표를 정해라,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외쳐대는 요즘이지만, 뭐 어떠려나.

 

그런, 삶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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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by 무라카미 하루키

서재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6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문학사상사




길고 서정적인 제목은 혹시나 이 사람이 변했나,했지만
역시나 시크한 아저씨 답게 마음 한 구석 기기묘묘한 간지럼을 선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아쉽게도 신작 단편집은 아니다.
신작이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깨달은 건데, 문고판 보다 더 얄팍한 듯한 책 안에는 <빵가게 재습격>이나 <양을 쫓는 모험><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TV피플> 등 오래전에 보았던 단편집에서 읽었던 듯한 소설이 몇 실려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지금은 많이 변한듯한, 하루키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나의 100퍼센트의 사람과 마주치는 일을 상상해 본다.
나는 공교롭게도 질끈 묶은 머리에 슬리퍼, 3년 째 입고 있는 헐렁한 면바지에 낡은 티셔츠를 입고 있다. 평소라면 아는 사람이라도 모른척하고 지나가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역시-아무리 봐도 그 사람은 나의 100퍼센트라고 마음 어딘가에서 삐용삐용, 경보가 울리고 있다. 100퍼센트의 사람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겠지. 더 이상 운명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고, 그저 손을 맞잡은 것만으로도 삶의 모든 것이 충만해진 기분일 거다. 그래, 그 100퍼센트의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나의 100퍼센트를-

하지만 어떨까. 나는 그의 100퍼센트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나는 그의 80퍼센트이고, 그러니까 우리는 90퍼센트의 연애를 하게 되고, 아주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계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사랑일지 모르지만, 그렇게되면 나의 '100퍼센트'에 의미가 있을까. 사실은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그냥 어딘가에서 75퍼센트나 80퍼센트의 사람을 만나, 80퍼센트의 만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게 더 행복한 삶일 수도 있다. 그래, 그래서 나는 그냥 나의 100퍼센트의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거다. 집에서 막 나온 엉성한 차림의 여자인 채로.



-택시를 탄 흡혈귀-

하루키의 작품 중에서도 꽤 좋아하는 단편이다.
우연히 타게 된 택시의 운전기사가 흡혈귀라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의 '나'의 반응은 일반적인 상식론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특이하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뛰어내려 도망가거나 할 법도 한데, '아, 그러십니까'하는 반응.
'그럼 어떤 피를 좋아하시나요?' 하고 마치 스테이크 굽기의 선호도를 묻는 듯한 뉘앙스로 가볍게 응수하고 만다.
언론에라도 알려지면 큰 소동이 날텐데 여유있게 자신이 흡혈귀라고 밝히는 운전기사도 그렇다. 이 조심성 없는 사람들 같으니.
아무튼 그래서, 이 소설의 그런 면이 마음에 든다.
非일상을 일상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대범함 같은 것이,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잘 자요""잘 자" 하고 끝나는 태연자약한 마무리가.  



-그녀의 거리와 그녀의 면양-

불현듯, 생生의 길목에서 '나'와 호텔 TV 속, 마을을 홍보하는 동영상 속의 '그녀'는 마주치게 된다. 아니, 마주친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려나. 의도를 갖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나'뿐이니까. 200마리의 소와 100마리의 말과 100마리의 면양이 사는 마을의 그녀는 카메라를 보고 또박또박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나는 그 카메라 너머 호텔 방에서 스무살 전후의 그 아가씨를 바라보며, 자그맣지만 정겨운 어딘가의 마을-혹은 '나'의 고향을 떠올린다. 그런 식으로, 나도 가끔 '나'와 '당신'이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게 이상해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내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주는 집 앞 까페의 아가씨라던가, 우연히 도서관 옆 자리에 앉은 멋진 남학생이라던가, 아니면 곧 결혼할 같은 과의 여학생이라던가. 안녕, 하는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에서도 어느 순간, 상대와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는 무력감이 들때가 있는데- 그런 기회 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정말이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인 인연에게도 나는 어떤 안타까움을 느낀다.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는 않는다. '그'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하루키는 참, '여성'이나 '연애'에 대해서 많이 쓰는데,
절대로 직접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와 '그녀'의 시선이나 대화, 가벼운 스킨쉽 정도의 묘사가 있을 뿐이다.
같은 장소에 있는 남과 여, 그리고 맞닿은 시선. 가벼운 일상 이야기일 뿐이지만 어딘가 겉도는 대화.
그들은 사랑하는 걸까? '사랑하면서 왜 그렇게 보내는 거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 될 때도 있지만, 한번도 하루키 소설 속의 그들이 '당신을 사랑한다'말한 적은 없다.신기하게도.
그런데도, 그럼에도 아마 그들은 사랑일 것이다.
심장의 터질듯한 두근거림이나 두 뺨의 홍조, 이따금 눈물어린 고백이 없다해도
아마도 그것 또한 사랑이리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선뜻 자신의 옆 자리를 내주는 기꺼움, 좋아하는 와인 한 잔과 재즈를 함께 즐기지 않겠냐고, 망설이듯 건네는 한 마디.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그런' 사랑 또한 사랑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소나기를 맞은 듯 촉촉해진다. 
그런 느낌이 좋다. 

그래서 하루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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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 여행

맛있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문학사상사

"모두들 아일레이 위스키의 특별한 맛에 대해 이런 저런 자잘한 분석을 하지.보리의 품질이 어떻다느니,물맛이 어떻다느니,이탄의 냄새가 어떻다느니 하고.분명 이 섬에서는 질 좋은 보리가 나지.물맛도 훌륭해.이탄도 풍부하고 향이 좋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일레이 위스키의 맛을 설명할 수가 없어.그 매력은 해명할 수가 없는 거지.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지,무라카미 씨,가장 나중에 오는 것은 사람이야.여기 살고 있는 우리가 바로 아일레이 위스키의 맛을 만드는 거야.섬사람들의 퍼스낼리티와 생활양식이 이 맛을 만들어 내는 거지.그게 가장 중요해.그러니 모쪼록 일본에 돌아가서 그렇게 써주게.우리는 이 작은 섬에서 정말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고."


2001년에 출판된 얄팍한 책,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특별할 것 없는 제목이지만 그 앞에 '무라카미 하루키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아니, 대체 이 사람은 부인이랑 같이 아일레이 섬에 가서 위스키 마신 얘기만 책으로 써도 잘 팔리는 거야?'라는 질투 섞인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글쎄, 아마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저 마셔본 적도 없는 위스키의 향을 떠올리며
한없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부러워하게 되지 않을까.
그 이외에 대체 누가 작품의 서문으로 '만약 우리의 언어(言語)가 위스키라면'으로 시작하는 길고도 서정적인 문구를 위스키에 헌사할 수 있단 말인가.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찍은 것이 틀림없는 선명하고 짙푸른 풍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전개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예찬은 짧지만,술 한모금 마셔 본적 없는 사람에게도 아일레이 産 싱글 몰트 위스키의 갯내음을 직접 맡아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보모어,라프로익,아드벡,라거부린....처음 듣는 위스키의 이름을 되뇌이며 이 싱글몰트 위스키의 어떤 매력이 이 특이한 남자를 이토록 매혹시켰나,하는 의문이 샘솟는다면,이 책을 읽은 독자가 '나도 어딘가에서 그 고장의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면 성공이라던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명중한 셈이 되겠다.

사실, 그 의도에 말려든 것은 처음엔 아버지셨다.
작년부턴가 부쩍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겨 드시며 글렌피딕이라던가 맥켈란을 가져오시던 아버지께
이 책을 선물해 드리자,'언젠가 아일레이 위스키를 마셔보고 싶구나'라고 말씀하셨던 것.
그리고 그 '언젠가' 는 2개월 후인 저번 주였다.


아버지의 생신을 위해 등장했다.
라프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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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레이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라프로익 LAPHROA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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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녀석을 구하는데는 몇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인가 부터 국내에 수입이 되었다는데,
아는 주류 판매점 몇 군데에 전화해보니 다 없다는 대답을 들었고,
롯데백화점,신세계 백화점,현대백화점에 전화해도 긍정적인 답변은 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회사 주류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라프로익을 수입하는 업체를 알아봤을까;;

그런데 어이없게도,
'라프로익이 없으면 글렌모린지나 사야지~'하는 마음으로 들렀던 신세계 강남점에 있었음-_-
전화 받아서 라프로익 없다고 한 담당자 누구야...=_=
(아무튼 구했으니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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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양이 이런 것은 아님;이미 두어잔 마시고 사진을 찍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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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이지,
잔에 따르자 마자 마치 나무통에 있는 것 처럼(..) 흙내음 섞인 오크향이 강하게 났다.
지금까지 맛본 양주들은 독하지만;; 캬라멜 향이 나면서 단 맛의 여운이 남는 느낌이었다면,
이 녀석은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훈연된 통나무를 통째로 씹어먹는 듯한 맛이;;(진짜로) 났다.
기분 탓인지 약간의 바다내음도 느껴지는 듯...
아아,아일레이 위스키란 이런 거구나!! @ㅁ@

...이렇게 독자에게 아일레이 위스키를 마셔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북돋아 주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비단 애주가 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아일레이 섬의 매혹적인 풍광을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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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승리보다 소중한 것 by 무라카미 하루키

서재
승리보다 소중한 것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문학수첩북앳북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솔직히 말해서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무렵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입시의 압박감에 허우적대고 있었지요.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취재기자 자격으로 시드니에 머물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한 이 책,
'승리보다 소중한 것' 을 읽고 처음으로, 그 때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해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올림픽의 모든 경기를 세세하게 보고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답게 아침엔 산책을 하고, 점심엔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저녁엔 맥주나 와인을 즐기며
일기처럼 써내려간 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당시 일본에서 매우 화제가 되었을 법한 야구나 다른 경기는 딱 하루키의 귀에 들린만큼만,
대신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는 어떻게 보면 시시콜콜한 것 까지 쓰여져 있습니다.
도저히 하루키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취재진과 카메라가 가득한 기자회견장의 모습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기업 마케팅을 위한 거대 이벤트 정도로 전락해버린 올림픽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불쌍하다.두 시간이나 경기장에 서있으면 피곤할텐데.주최 측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는다.자신들의 멋있는 연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걸까.」

올림픽 개회식을 보다 참다못하고 도망친 하루키의 독백.
정말이지 올림픽 개회식은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지루해요.



「사람들은 모두 '코알라 껴안기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퀸스랜드로 가버렸다.퀸스랜드는 브리즈번이 있는 곳.바로 그 곳에서 축구경기가 열렸으니 브리즈번 교외의 코알라 공원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브리즈번의 코알라 들은 꽤나 시달렸을 거다.지금쯤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지도.원형탈모,소화불량,변비,야뇨증,발기부전,갱년기 장애,환청,탈력상태 등등.탈력상태는 원래부터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코알라는 스트레스에 굉장히 약하다고 하는군요.
사람이 껴안으면 거의 혼절할 정도라고.
음,전 다시 태어나면 코알라가 되고 싶었는데..좀더 생각해봐야겠군요-_)



「핸드볼은 커다란 창고, 혹은 비행기 격납고 같은 임시경기장에서 치러진다.옆에서 사람이 지나가면 바닥에서 소리가 나고 책상이 흔들린다.발을 구르면 책상위의 물건이 뛰어오른다.뭐,그리 큰 불편은 없지만, 이런 싸구려 같고 어설픈 경기장도 괜찮지 않을까?모든 게 위풍당당하고 훌륭하면 무솔리니의 건축 설계 같잖아.」

응,저도 언제든 놀러갈 수 있는 친근한 장소가 좋아요.



이 책의 제목인 '승리보다 소중한 것' 을 하루키는 무엇이라고 말했을지..
그것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신작들이 좀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이렇게 만나는 하루키의 일상이 반갑기만 하네요.
마침 올림픽도 시작되었으니
이 책 한권과 함께 새로운 올림픽을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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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먼 북소리 by 무라카미 하루키

서재
먼 북소리 - 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문학사상사



정신적인 탈바꿈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하고 나는 생각했다.
마흔 살이란 분수령을 넘음으로써, 다시 말해서 한 단계 더 나이를 먹음으로써,
그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일들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물론 그것은 그 나름대로 멋진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했다.
새로운 것을 얻는 대신에, 그때까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을
앞으로 할 수 없게 되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본문 중-



솔직히 말하면,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시대의 아이콘처럼 생각되는 사회에서의 그 위상이 싫었습니다.
너무 많은 이가 알고, 그 중의 절반은 그를 좋아하고, 적어도 또 그 절반은 그를 사랑하기에,
'나'라는 존재까지 그 수많은 하루키 추종자에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흔한 감성이 아니다-라는
멋 모르는 자만심도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게 맞겠지요.

하지만 어느 날엔가 우연히 그의 작품을 읽게 된 후로는,
저에게 있어 '하루키'라는 작가의 위치는 다소 독특하게 자리잡아 버렸습니다.
'좋아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사랑과 증오, 분노, 절망, 좌절, 환희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이름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한 날이나,
뺨에 스치는 밤공기가 어느덧 체온과 비슷해졌음을 발견했을 때,
멍 하니 흐르는 강물의 잔물결만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런 순간엔 왠지
하루키가 너무나 만나고 싶어집니다.
진지하지만 엉뚱하고, 상식적이지만 대범한 그런 아저씨가 바라보는 세상을 공유하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 집어드는 것이 바로 이 책,
「먼 북소리」입니다.

어느 날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리듯,
일본에서의 모든 걸 접고 여행을 떠났다는 그.
같은 지구 상의 다른 대륙을 돌아다니며,
지금껏 보지못한 유적이나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을 관찰하고 스케치한 하루키의 여행기.
그 특유의 따스한 시선이 생활에 스며든만큼,
극장 내의 검은 고양이가 이렇게 인상깊은 작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읽고 있으면,저도 떠나고 싶어져요.
그 곳에만 있는 것들을 보고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되는 순간,
타인이 친구가 되는 순간을 먼 타국에서도 맛보기 위한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여행을 떠날 이유로는 이상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간단하면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도 일반화 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분소리는 울려왔다.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본문 중-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늘어나고 오래됐지만 휴식에 어울리는 옷같은.
그런 느낌이 필요할 땐 하루키를 만나보세요.
어깨가 가벼워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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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감상 모음

재밌는 것

얼마 전까지는 꽤 한가해서 많은 것들을 보고 읽고 들었습니다만...
양이 많다보니 하나씩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_ㅜ
그래서 일단!!!
간단하게 리스트를 작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하나씩 리뷰를 쓸..지...도?!




소설류

1.괴담-라프카디오 헌

괴담
라프카디오 헌 지음, 심정명 옮김/생각의나무

언젠가 언급했던 그 책입니다.
도서관에 있길래 냉큼 집어와서 읽었습니다.
역시,표지가 주는 느낌대로의 책이로군요.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 매우 무서운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필자가 다시 문장으로 써낸 작품이라 그런지 어쩐지 현실감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선 '음양사'와 느낌이 비슷하네요.


2. 하얀 로냐프 강-이상균

하얀 로냐프 강 2부 4
이상균 지음/제우미디어


10여 년 전,서점에 깔려 있던 하얀 표지의 예쁜 책 장정에 끌려 읽었던 하얀 로냐프 강.
판타지 세계에서의 로맨스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릴 줄 아는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인물들이 다들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어서 좀 답답할 때도 있지만(많지만)
그래도 그런 순진함이 마음에 듭니다.
'낭만적' 이 한마디로 평을 내리고 싶네요.


3. 언더그라운드-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열림원

옴 진리교에 의해 발생했던 '지하철 사린 독가스 사건'의 피해자들을 심층인터뷰,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책입니다.
충격적인 사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어지는 일상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뒤틀려버린 피해자들의 삶,인생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일관된 이야기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라,각 피해자의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싣고 있어 좀 지루한 감은 있습니다만.다른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이 사소하게 흘려보내는 순간의 반짝임을 잘 포착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4.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무라카미 하루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외 24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

2학년 때 이 책으로 처음 하루키를 접했습니다.
하루키의 작품 대부분을 읽은 지금 다시 읽어도..역시 좋군요.
하루키는 역시 단편입니다.
'빵가게 재습격'처럼 느리고 밋밋한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날 아무렇지도 않게 비일상으로 뛰어드는 모습,그런 게 좋습니다.

 
5. 마일즈의 전쟁-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마일즈의 전쟁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행복한 책읽기 SF총서는 워낙 엄선한 책들만 모아놔서 그런지,
읽고 나서 실망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보르코시건 시리즈 제 1권>인 마일즈의 전쟁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이 대부분 히어로를 '정말 멋진 놈'으로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데 반해,독가스 후유증으로 난쟁이에다가 뼈가 잘 부러지는 병까지 갖고 태어난(!) 마일즈가 사관학교 체력시험에서 탈락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마일즈의 전쟁'은 확실히 독특합니다.
머리가 좋은 전략가이긴 하지만 신체적 결함때문에 좋아하는 소꿉친구에게 고백도 못하고,
놀림과 비웃음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기도 하고,산더미 같은 업무에 시달리다 출혈성 위궤양과도 친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마일즈.
꽤나 복잡한 전술설명과 과학적인 설정은 대충 뛰어넘고 읽었지만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보르 게임'도 기대되는 군요.


6. 오듀본의 기도-이사카 코타로

오듀본의 기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황매(푸른바람)

이사카 코타로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이유로 읽게 된 작품.
결론부터 말하면,역시 이사카 코타로 답게 쉽고 빠르게 읽힙니다.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케하는 엉뚱한 설정도 인상깊었구요.
추리 소설답게 마지막엔 한방 먹입니다만,
결말에 신경쓰지 않고 느긋하게 주인공의 여행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꽤 기분전환이 되는 소설입니다.


코믹스류

1.팔견전-아베 미유키

팔견전 3
아베 미유키 지음/서울문화사(만화)

대체 왜 아베 미유키 작품속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똑같이 생긴걸까.
'위즈키드'나 ' 괴로울 땐~'의 캐릭터와 동일인이라고 해도 믿겠네-_-
...라는 불평만 그냥 삼킬 수 있다면 매번 그럭저럭 볼만한 것을 내놓는
아베 미유키의 신작입니다.
나도 소스케 같은 犬 한 마리만-,.-

2.마틴 앤 존-박희정

Martin & Jhon 마틴 앤 존 4
박희정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예~전에,
그러니까 어릴 때 마틴 앤 존 1~2권을 본 기억이 있어서 4권만 구입했습니다.
옴니버스겠거니..하고.
아니군요-_-;;
요새 만화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솔직히 소녀왕 결말도 이해 못했어..-_)


영화/드라마

1.디센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밤기 시사회 이벤트로 보고 온 영화입니다.
개봉 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 설명은 생략.
하지만..하지만...
정말 무서웠습니다-_ㅠ
'하우스 오브 데드' 게임 속에 산채로 내던져진 기분?
사실 공포를 주는 설정 자체는 어찌보면 단순한데,
감독의 연출 능력이 뛰어난 덕분인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거의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전 영화를 '듣고' 왔습니다T_T)
또 영화를 본 후에 다른 분들의 후기들을 보니 제가 이해한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도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소름이 끼치더군요.


2. Dexter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라는 충격적인 설정에 반해 시도한 작품.
처음에는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뒤로 갈수록 인간적인 감정을 깨닫는 덱스터가 귀여워 보입니다.
여자친구 리타도 너무 예뻐요!!
사건 뿐만 아니라 덱스터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알고보면 얼키고 설켜 있어 흥미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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