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BOOK] 휴일에 읽을만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by 로렌스 블록
ENJOYMENT/BOOK
2010/02/22 22:00
![]() |
무덤으로 향하다 - ![]()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
추리소설에 관한 한 나와 아버지의 취향이 일치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 만큼은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재밌다 !!!!
로렌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 는 재밌다.
물론 추리소설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긴 하지만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남다르다.
우선 발단부터가 그렇다.
더보기
시작만 보면 여느 소설에 등장하는 평범한 납치 살인 사건인가 싶기도 하지만,전작인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한껏 비꼬인 세계관을 보여준 로렌스 블록은 절대 (!!) 피해자의 남편을 그저 선량한 시민으로 놔두지 않는다. 이 멋진 작가는 피해자 프랜신 코리의 남편, 캐넌 코리에게는 '마약상'이라는 비합법적인 직업을, 그의 형인 피터 코리에게는 알콜중독이라는 습관를 선물했다. 자아, 여기서부터 이 소설이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 솔솔 오지 않는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방을 탐문하고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면서 점점 포위망을 좁혀나가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사실 매튜 스커더의 수사 방식은 매우 전통적이다. 그 자신도 말했듯이 그는 면밀한 직관이나 전문적인 식견 따위는 없는 그저 알콜중독 탐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오랜 경찰생활과 몇 안되는 탐정일에서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면 결코 놓지 않는 물귀신 기질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그저 물고 늘어진 다음에 다른 단서를 찾으면 다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그의 유일한 수사법이자 믿음직한 해결책이다.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나 파일로 밴스처럼 현장을 보기만 해도 범인 얼굴이 팟 하고 그려질 정도로 명석한 전문 탐정은 아니지만- 지옥 끝까지라도 범인을 쫓아가겠다는 각오와 끈질긴 인내심과 행동력으로 결국 목적을 달성하곤 하는 가난한 알콜중독 탐정이 우리의 주인공, 매튜 스커더인 것이다.
그런 그가 연쇄 살인범을 찾아내는 과정은 소설 속에서 확인하는게 훨씬 더 재미있으니 일단 패스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의 진정한 미덕은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전작에서 끊었다 마시기를 반복하던 매튜는 이번 권에서는 제법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려 단 한번도 안마셨던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 일레인과의 관계도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인다. 누군가를 믿기 어려워하고 늘 마음 주는 걸 두려워하던 그가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게 바로 정신적 성장의 결과 아닌가. 술을 입에 댈 때는 혼내고 싶고 일레인 앞에서 말할까 말까 전전긍긍할 때는 그저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로 친근한- 예를 들면 구제불능인 삼촌이나 친한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발전해나가는 모습에서 인간적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니리라.
세상에는 많은 추리소설이 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도 그 가짓수만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수많은 탐정들 중에서도 단 한명만 꼽으라면, 나는 아마 매튜 스커더를 선택할 것 이다.
탐정으로서도 그렇고, 힘들 때 곁에 두고 싶은 사람으로서도 말이다.
'ENJOYMENT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 [BOOK] 동양과 서양,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문화의 차이-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 (2) | 2010/05/10 |
|---|---|
| [BOOK]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by 더글러스 애덤스 (4) | 2010/03/09 |
| [BOOK] 휴일에 읽을만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by 로렌스 블록 (5) | 2010/02/22 |
| [BOOK]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철학 이야기, <철학까페에서 문학 읽기> by 김용규 (2) | 2010/02/15 |
| [BOOK] 세 번째 소년의 이야기 - 「나......의 아름다운......정원」 by 심윤경 (0) | 2010/02/12 |
설정
트랙백
댓글
-
킹세종
2010/02/24 02:15
Elyu님 독서량이 정말 부럽습니다.
한달에 몇권 정도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올해 목표가 다양한 분야로 한달에 열권이었는데
역시나 현실은...^^;-
Elyu
2010/02/26 20:35
제가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대부분 장르소설이라서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흑흑 ㅠ
저도 올해엔 인문 사회 관련 서적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계속 추리소설을 읽고 있네요;;이러면 안되는데 ㅠㅜ
-
-
-
Elyu
2010/02/26 20:37
<800만가지 죽는 방법>은 당신한테서 추천 받아서 읽었던 기억이 문득> <
나는 전편보다는 무덤~을 더 재미있게 읽었음.
역시 사람이 철이 들어서 그런지 (콜록)
시리즈 더 안나오려나아~ 데니스 루헤인은 그만보고 싶다;
-
-
필론
2010/11/13 10:50
로렌스 블록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좋은 리뷰를 올려놓으셔서 잘 읽고 갑니다.

